2026 • Graphic •  Accordion zine • Cartridge

나의 사후세계는 천국이었다. 이건 이름을 가지게 된 순간 정해진 운명이다. 이 점술법에 따르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사후에 도착할 곳이 정해져있는 것이다.
죽음과 그 이후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, ‘착하게 살면 천국에 간다’는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었다. 그러면서 동시에 ‘굳이 착하게 살지 않아도 되겠다’싶은 마음을 심어준 건 <꽃별천지>라 불리는 점술법이었다. 꽃나라, 별나라, 천국과 지옥의 앞 글자를 따서 불렀다. 이름의 획수를 세며 꽃 별 천 지를 순서대로 외치고, 마지막 획수에서 외친 말이 자신의 사후세계가 되는 것이다. 당시에 이 점술법을 통해 누구나 점괘를 낼 수 있었지만, 모두 어디에서 전해 들었는지,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.

천지가 개벽하고 하늘 천 따지를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, 친구들에게 ‘별나라가 그 별나라가 아닌 거 알아?’하며 곧잘 거들먹거리곤 했다. 지금까지도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세상인지, 별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인지 사실은 모르지만, 둘 중 무엇이든 별스럽기는 마찬가지다.

20년이 지난 후에야 머물던 공간을 지나고 싶어졌나 보다. 통로를 지날 것이라고는, 너머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뇌리에 스친 적조차 없었다. 주머니를 뒤적거리어도 물건을 꺼내어 확인할 필요가 없었기에 기다란 구간을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확신했었다. 너머에는 별한 것들이 가득할 것이고 눈을 비벼보고 그제서야 의심을 할지라도. 결국에는 그 별한 것들을 떠올리게 되어, 늘 그렇듯이 글의 형태로 마주해본다.

<2026년 6월>

Accordion zine

전체 그래픽의 일부를 추출하여 아코디언 진으로 엮었다.

Cartridge

아코디언 진에서 다시 일부를 추출하여 카트리지에 담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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